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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

레이먼드 브릭스 <바람이 불 때에>

우리에게 <눈사람 아저씨>로 유명한 영국의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
레이먼드 브릭스는 담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만화 형식으로 그림책을 만든다고 한다.(그래서인지 레이먼드 브릭스의 책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

<바람이 불 때에>도 역시 말풍선이 빽빽한 만화 형식의 책이고, 핵폭탄, 전쟁을 겪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준다. 내 생각에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렵다.

나는 우연히 애니메이션 <애델과 어니스트>를 보고 레이먼드 브릭스의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애델과 어니스트>는 작가의 부모님을 모티프로 만들었다는데, <바람이 불 때에>도 역시 작가의 부모님이 주인공이다.
<애델과 어니스트>에서도 역시 전쟁을 겪지만 그림이 따뜻하고 실화 같은 이야기라면, <바람이 불 때에>는 그림이 어둡고 결과도 어두운 내용이다. <바람이 불 때에>도 영화화됐다고 한다.


영국의 시골에 사는 평범한 노부부가 핵폭탄이 터지는 걸 겪는다. 그들은 방사능에 노출돼서 죽어가는 중에도 긍정적인 태도와 유머와 품위를 읽지 않는다. 애초에 핵폭탄에 대해 무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던 게 아닐까 생각 된다.

 

"아니! 이것 봐요! 다리에 이상한 푸른 점이 생겼어요."

"정맥이 드라나서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중년에겐 흔한 일이지. 걱정할 거 없어."

"내가 보기엔 정맥이 아닌 것 같아요. 보기 흉해요."

"이런, 어린애 같으니! 당신은 천생 걱정꾼이야. 여보, 좋게 생각해 응?"

 

방사능의 피해로 피부가 변해가는데도 좋게 생각하자며 "스마일"을 말하는 걸 보면 긍정적인걸 넘어서 너무 무지하고 바보 같은 게 아닌가 싶지만, 저 순간에 걱정을 잊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핵무기가 얼마나 잔인한 결과를 낳는지를 노부부를 통해 절실하게 보여준다.

 

"걱정 안해도 돼. 모든 걸 그들에게 맡겨 두자고. 그들이 다 알아서 할 거야. 그래... 정부 당국에서 다 알아서 할 거야..."

 

순진한 노부부는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로 그 상황을 견뎌내려고 하는데 그 부분이 읽는 내내 안타깝고 슬펐다.

노부부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희망을 놓지 않고 기도를 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매의 귀여운 노부부의 모습이 방사능 노출로 점점 흉측하게 변하고, 내용이 어두워서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와 함께 읽어주면 좋을 듯하다. 핵폭탄이 어떤 건지, 절망 속에서 희망을 품는 태도가 어때 보이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책이다.

표지그림.
보다시피 글밥이 엄청나다.
뒤로 갈 수록 노부부의 얼굴이 녹색으로 변하는게 너무 슬프다.

 

<바람이 불 때에> 
레이먼드 브릭스 (지은이)/김경미 (옮긴이)/시공주니어/1995-11-07/원제 : When the Wind Blow (1970년)
양장본/50쪽/220*29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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